진로탐색에세이 (1)
- 이야기/무겁게
- 2019. 12. 19.
가끔 내가 예과 1학년 때 적어 두었던 성찰노트, 그리고 본과에 와서 각 분기별로 작성했던 성찰에세이를 다시 읽어볼 때가 있다. 그 시절과 비교해서 지금의 나는 안목이 어떻게 변했는지 등을 점검해보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내가 망각하고 있던 이전의 생각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그럴 때마다 기록의 중요성을 실감하기도 한다. 이렇듯 진로탐색은 나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환경이 변화하면서 주어진 진로는 변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어떤 진로를 선택하는지는 나의 신념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 내 신념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확실히 알고 숙지한다면 미래에 어떤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것과 별개로 현재 병원에 어떤 세부전공이 있는지, 각 과에서 주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우리학교에서 시행하는 CPS(Career Path Survey)에 예과 때부터 참석해 왔다. CPS는 해당 과에서 레지던트 분들, 그리고 교수님들께서 오셔서 학생들의 궁금한 이야기를 듣고 대답해주시는 프로그램이다. 본과 1학년인 지금도 아직 세분화된 전공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과들이 있는지 단순한 호기심에 의해 찾아갔던 프로그램이다. 예과 때는 신경외과, 방사선 종양학과 소개에 참여했고, 올해 본과 때는 일반외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소개에 참여하였다.
각 과에서는 주로 무슨 진료를 하는지, 의국 분위기, 의국 졸업 후 진로 등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는데 예과 때 이 강의를 처음 들은 나는 의국이라는 개념도 생소하고 신기하였다. 특히 방사선 종양학과라는 학문이 진단이 아닌 치료계획을 주로 시행하는 과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후로 임상 의학에서는 크게 진단하는 과, 검사하는 과, 치료(수술, 약 처방 등)하는 과 등으로 나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 그 때 읽던 가이도 다케루의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이라는 책에서 흉부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하는 와중 병리학적 조직 검사를 의뢰하는 모습을 보고, 수술하는 임상의학과 검사하는 기초의학이 같은 시간에 신속하게 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인상적이라 느꼈다. 그 순간에 이뤄지는 조직검사에 의해 수술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CPS 진로탐색프로그램에서 수업에서는 알 수 없었던 내용들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뒤로 다른 과들에 대한 소개 강의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특히 올해 들었던 일반외과 수업에서는 외과학의 분류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전에는 신경외과와 일반 외과의 차이가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강의를 통해 정확한 분류를 알게 되었다. 그 후 피부과 소개에서는 ‘의국’이라는 개념을 더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의국은 인턴 이후 레지던트 1년차부터 4년차까지를 포함해서 의사로 이루어진 단체를 의미하는 것 같다. 같은 의국 내에서 수련을 같이 하며, 또한 저널공부도 같이 진행한다. 피부과 소개에서 의국이 중요했던 이유는 의국 분위기를 고려하여 피부과에 지원하라는 말 때문이었다. 매년 2명씩 선발하기 때문에 전체 8명밖에 없고, 따라서 이런 적은 사람들 내에서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적응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이 조언을 듣고 왜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중요한지, 그리고 알맞은 의국에 지원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의과대학 튜터링 제도와 여러 강의에서 진로탐색을 진행하였다. 먼저 튜터링에서는 본과 4학년 선배로부터 진로에 대한 여러 조언을 구했다. 이전 학기에서는 튜터링 제도에서 본과 2학년 선배와 연결되어 바로 기억이 생생한 선배의 조언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본과 4학년 선배와 연결이 되었다. 덕분에 4학년 때 어떤 방식으로 국시가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실질적으로 본과 4학년들은 전공 지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가장 와 닿았던 조언은 본과 3학년 실습을 겪으며 나의 생각이 정리된다는 말이었다. 이외에 병원 밖의 의사와 같은 강의를 듣다보면 MD가 됨으로서 나아갈 수 있는 진로가 무궁무진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신약개발, 삼성 바이오피스 등의 기업 등에서 MD는 주축이 될 수 밖에 없다. 연구를 함에 있어서도 생검된 사람 조직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밖에 없고, 환자를 직접 대하며 경험의 가치를 쌓은 의학 지식이 최종 목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길 중 나에게 맞는 것을 올바르게 선택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나의 신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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